“무명의병 기억하는 것, 국민의 책무…국가가 나서야 할 때” 학술세미나 열띤 토론 (경기일보, 2025.12.02) > 언론보도

“무명의병 기억하는 것, 국민의 책무…국가가 나서야 할 때” 학술세미나 열띤 토론 (경기일보,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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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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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병 기억하는 것, 국민의 책무…국가가 나서야 할 때” 학술세미나 열띤 토론

4만명 참전 의병 중, 단 2%만 서훈
무명의병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필요
‘기념공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전환을
“역사 기록작업, 국회→정부 이어받아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명의병과 국회 독립기억광장, 잊힌 희생에서 국민의 기억으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명의병과 국회 독립기억광장, 잊힌 희생에서 국민의 기억으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무명의병은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이름이 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것입니다. 수십, 수백만 명의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은 변함없고, 그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무명의병포럼 자문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무명의병과 국회독립기억광장, 잊힌 희생에서 국민의 기억으로’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선 경기도 시민사회, 학계, 언론이 함께 추진해온 무명의병 기억운동이 국회에 조성된 ‘독립기억광장’과 연계돼 전 국민이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체계로 확장하는 방안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김준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정)을 비롯해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와 최종식 무명의병포럼 공동대표(경기일보 기획이사), 김영조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사무총장, 신교중 양평의병기념사업회장, 조준호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등이 참석했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명의병과 국회 독립기억광장, 잊힌 희생에서 국민의 기억으로’ 학술세미나에서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조주현기자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명의병과 국회 독립기억광장, 잊힌 희생에서 국민의 기억으로’ 학술세미나에서 강진갑 무명의병포럼 대표(㈔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조주현기자
강진갑 대표는 첫 발표에서 한말 의병전쟁의 실상을 방대한 사료를 통해 짚으며 “의병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유공자 중심’이었다”며 ‘기억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의 공식 기록인 ‘조선폭도토벌지’를 근거로 “1906~1911년 전국에서 2천852회의 전투가 벌어졌고, 14만 명이 넘는 의병이 참전했지만 서훈은 2%에 그친다”며 “역사에서 사라진 98%를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무명의병 기억 운동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경기 지역에서 학술·시민·언론계가 연대하며 시작된 기억운동이 조례 제정과 국회 초청행사로 이어졌음을 설명하며 “이제는 전국적 확산과 의병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은 국회 독립기억광장의 운영 구조를 중심으로 “기념공간은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해 운영과 프로그램을 갖춰야 기억이 살아 움직인다”며 미국·캐나다·호주 등 해외 의회 기념공간의 운영 체제를 소개했다.

특히 미국의 시설과 콘텐츠 이원화 모델, 호주의 수도 방문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을 사례로 국회 독립기억광장이란 기념 공간을 전담할 ‘무명의병기념재단(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임의단체 중심 체제로는 예산 집행과 사업 지속성이 한계에 부딪힌다”며 “학생 대상 프로그램(K-PACER), 상시 추모 의례 ‘별들의 점호’, 전문 도슨트 양성 등 광장을 살아 있는 기억의 현장으로 만들 구체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식 전 관장은 ‘무명’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외손주이자 여성 독립운동가 지복영 선생의 아들인 그는 “어린 시절 늘 어머니와 함께 할아버지가 묻힌 애국지사 묘역과 어머니와 연계된 분들이 계신 무선열 사당을 방문했다. 어머니께선 함께 싸웠지만 이름 없이 만주 벌판에 뉘인 동료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관장은 “무명 독립운동가는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록 과정에서 지워진 것”이라며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이름을 남기지 못한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유공자 후손으로 국가의 혜택을 받았지만, 이름 없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는 일은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국회가 첫걸음을 뗐으니 이제 정부가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기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호남 지역에서의 의병 조사 경험을 언급하며 “자료 조사만으로도 미서훈 의병이 수십 명씩 드러난다”며 국가 차원의 전수조사와 서훈 기준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내란·폭동죄가 병기된 일제기 자료는 서훈 심사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철기 한남대 학술연구교수 등의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독립기억광장을 계기로 무명의병 기억사업이 지역 단위를 넘어 국가적 의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 곧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공통적으로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