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름 없는 영웅들 (경기일보 2025.08.13.정자연 기자) > 언론보도

[지지대} 이름 없는 영웅들 (경기일보 2025.08.13.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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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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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이름 없는 영웅들


정자연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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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엘리트도, 주목받는 존재도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회적 위치는 그러했다. 평범한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농민이었고 날품팔이 노동자였다. 후세는 이들을 ‘의병(義兵)’이라 했지만 낡아빠진 한복을 입을 만큼 무기도 의복도 식량도 변변찮았다. 정규 군대의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침략국 일본에 저항했다.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졌다. 1907년 영국 데일리메일 신문기자 프레드릭 아서 매켄지가 만난 이들은 말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로 살기보다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죽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투쟁에 앞장선 순국선열을 기리는 마음들이 올해 더욱 남다르다. 외세의 폭력 앞에 맞서 수많은 민초들이 함께 싸워 되찾은 역사를 기억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의 공동체를 위한 헌신과 희생은 조국 독립의 단초가 됐고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다. 수많은 열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승리한 전투와 용맹스럽고 뛰어난 활약이 뒤따른다.

 

역사는 이름을 남긴 이들의 활약으로만 완성되지 않았다. 저마다의 조국애와 사명감, 자부심과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쳐 외세의 침략에 맞서 국권 회복을 위한 투쟁의 기반을 마련한, 이름 없이 스러져간 무명의 의병들이 있다. 일본의 ‘토벌’ 기록에 사살자 수로만 기록됐거나 숫자로도 존재하지 않은 이들이다. 경기도는 이름 없이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무명의병을 기리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부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본격적인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한말 무명의병 실태조사 및 기념사업 중장기계획 용역, 강연과 포럼 등에 이어 하반기엔 더 많은 도민과 무명의병의 가치를 공유하고 기리는 일들이 진행된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어둠에 묻혀 있는 무명의 용사들을 이젠 역사의 앞으로 불러내고 기려야 할 때다. 경기일보(www.kyeonggi.com),